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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15 성령의 사람
  2. 2009/12/20 커피향
  3. 2009/05/07 잔인한 봄날
초록지붕 앤2011/08/15 00:52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 합니다.
누구도 내게 그러한 길, 삶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부터 난 窓인지 알지 못 합니다.
어떠한 빛도 나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고 싶은 곳은 있어도 가야할 곳은 알지 못 합니다.
목적지는 있어도 왜 가야만 하는지 목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를 이끌고 있는지 알지 못 합니다.
바람이 어디서 불며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손을 뻗어 누군가의 손을 잡습니다.
이제 그분만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떨고 있는 나를 보이지 않는 손길이 붙잡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여전히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 합니다.
어딘지 몰라도 이제 가야할 곳은 분명합니다.


내 안에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듣지만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 한다.
성령으로 태어난 사람도 모두 이와 같다.
 
요한복음3:8  / 우리말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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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록지붕앤
초록지붕 앤2009/12/20 22:39
                                                                                                                                              Photographed byAL



 

 식어버린 커피, 단지 지나갔을 뿐이고 잊혀져버린 것뿐인데- 아쉬운 건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향. 그대는 유독 커피를 좋아했고, 나는 그대의 커피를 좋아했다. 네가 좋아서 커피가 좋았던 건지, 단순히 커피를 마시던 네 손가락이 너무 예뻐서, 네 커피가 좋아진 건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지나온 시간, 그 자리에 남아있는 커피 향과 네가 좋았다.

네 향이란 너무도 흔하디흔해서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마주칠 때면 어김없이 네 생각이 나곤 했지만, 막상 떠올리려 노력하면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희뿌연 한 형체 속. 커피향이 기억나곤 했다.

 커피를 시켜놓고 한 박자 쉴 때, 무슨 생각해? 라고 물어보던 이들에게 어떻게 너를 설명해야 할까? 곧 식어버릴 커피처럼 더 이상 내게 뜨겁지 않은 너를. 그저 침을 꼴깍 삼키고 향과 함께 아직은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입 속엔 여전히 커피향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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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록지붕앤
초록지붕 앤2009/05/07 21:44

 



 아직도 또렷이 기억나는 그 밤, 정말 별것도 아닌 말싸움이 산불처럼 번져 바람을 타고 활활 타오르던 그날 밤. 넌 내게 말했다. 떨리는 입술로 너도 나한테 100%는 아니잖아, 라고- 다시 생각해도 숨이 콱! 하고 막혀 온다. 그 말에 나는 구차한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변명 대신 침묵으로 마음을 살짝 가려버리고 말았다.
 네가 이해하는 나, 내가 이해하는 너, 우린 너무도 달라서 가끔은 그게 오해라는 걸 알면서도 난 풀어 줄 생각을 하지 못 했다.
분명 그건 내 마음과 또한 진실하곤 다르다고, 내게 힘주어 말하지 못 했다. 나는 그저 이쯤에서…… 라고 말끝을 흐려버리고 침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익숙해진다는 거, 그게 요즘은 참 무섭게 느껴진다. 일상적인 일상에 길들여지고 썩 괜찮은 하루라고 생각하는 것. 평온하다 못 해 무료하기까지 한 이 일직선의 삶은 누군가의 강요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건 너였지, 라고 생각하는 내가 나는 이제 무섭다.
 행복하기 위해 잡았던 손을 놓아버리던 순간,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내 삶에 들일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는 사실을. 결국 내 외로움 때문에 너마저 외롭게 만들었고, 내가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너의 진심마저도 무시하고 믿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금 나는 너무, 너무, 비참하다. 게다가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 어떤 말로도 지나 간 시간에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넘쳐나는 감정을 막아 낼 수 없어, 둑이 터지듯 터져버린 감정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그저 가만히 부여잡고 있다. 
  이건 정말이지, 잔인한 봄날이다. 진실은 날카롭고, 마음은 걷잡을 수 없다. 휘청거리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지금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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